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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내적인 혁신에 대해서
양동열 교수
경력
GIST석좌교수
KAIST명예교수
(사)한국정밀공학회 11대 회장
IJPEM초대편집장
개인이든 조직이든 같은 업무를 오래 해오다 보면 타성에 젖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조직이 오히려 구성원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이 무너지는 경우마저 생긴다. 짐 콜린스는 이에 대해서 다섯 가지 요인들을 들고 있는데 첫째로 지금까지의 성공에 도취되었을 때, 둘째로 원칙이 없이 사업영역을 확장할 때, 셋째로 위기의식이 없을 때, 넷째로 자립적 경쟁력이 없이 외부의 힘이나 구원에 매달릴 때, 다섯째로 조직의 미래가치가 없어질 때 등이다. 이렇게 무너져가는 조직에서는 구성원 서로간에 서로 핑계를 떠넘기는 일들이 자주 생기고 자꾸 안 되는 핑계를 찾으며 잘못된 위임이 많은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하지만 구성원간 지식의 공유가 없어서 중요루트에 있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빠지면 일의 진행이 막히게 된다. 흔히 공사구분이 모호한 조직에서는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어 조직의 경쟁력이 점점 더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조직의 특성은 무엇일까? 잘 나가는 조직에서는 내부에서뿐 아니라 외부조직과의 연결과 연대가 좋으며 조직원들이 명확한 비전과 주인의식을 가진 조직이다. 내부의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민첩하고 기민하면서도 동시에 유연성이 있고 기동력이 크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구성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오늘날 경쟁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새로운 기술들과 제품들이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와 소비층도 자주 바뀌는 실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우리 학회는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35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학회도 새로운 혁신을 해야 급변하는 시대에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조직의 혁신은 구성원 스스로 내적인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직의 혁신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정신적인 요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바로 마음의 자세요 태도(Attitude)이다. 개인의 자세가 흐트러진 조직에서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룩하기는 힘들다. 랄프 마스턴은 우수성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했다. 조직원이 올바른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스스로 뚜렷한 업(業)에 대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구성원이 생활수단으로서의 업으로만 자신의 업무를 보게 되면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업의 정의는 조직에 대한 또 나아가 사회에 대한 기여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의사나 간호사가 스스로의 업을 생명관리업이라고 정의한다면 훨씬 더 보람 있게 일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관계(Relationship)이다. 즉, 구성원간의 관계뿐 아니라 구성원과 외부인과의 관계 특히 고객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학회의 경우 고객이 누구인가 잘 정의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는 조직을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조직내의 관계가 건강하고 밝아야 조직이 지속 가능하게 성공할 수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관계를 지양하고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긍정적인 관계는 선입견과 편견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불신보다는 신뢰를, 무관심보다는 관심을, 불평과 원망보다는 감사를, 비난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무표정보다는 미소를, 일방적 표현보다는 소통을, 부정적 언어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를 가급적 사용해야 긍정적 관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감사는 특히나 강력하고 중요하다. 다른 조직원이나 외부인들의 사소한 것들에도 항상 감사하는 태도를 견지하면 보다 상승적이고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되게 되어 있다.
조직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는 창조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파괴적인 관계는 조직성장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시킨다. 창조적 관계에서는 공멸적인 경쟁보다는 상호간에 승승(win/win)의 관계를 추구한다. 창조적 관계는 또한 오로지 자신과 이해그룹만의 성공보다는 공동의 이익과 성공을 추구하며 자신의 파이(pie)만을 쟁취하려 않고 조직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경주하며 동시에 함께 성장 발전하는 시너지를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관계는 이해지향적이 아니고, 비전 지향적이며 과거 지향적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며 끊임없이 미래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셋째는 열정(Passion)이다. 열정과 열심(hard work)은 다르다. 열심은 비전 없이 일해도 열심이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열정이 없으면 개인과 조직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는 힘들다. 열정에는 세 가지 축(軸)이 있다. 첫 번째 축은 비전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미래에 성공하리라는 믿음과 긍정적인 꿈을 가지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즐거움과 재미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있더라도 꾸준히 열정을 유지하려면 일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있어야 성취감도 느끼며 동기부여도 되는 것이다. 외적인 보상과 스스로의 내적인 보상도 이러한 흥미와 즐거움을 유지시키는데 물론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축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이다. 열정이 열매를 맺으려면 올바른 일의 방식을 가지고 매진해야 효율적인 진전이 있고 성공을 거둘 수가 있다. 결국 조직원의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개인 스스로의 행복뿐 아니라 비전과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조직과 함께 성장하면서 느끼는 행복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열정을 가진 조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가 있어야 진정한 내적인 혁신을 이룩할 수가 있다고 본다. 조직이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첫째로 다같이 새로운 것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 학습조직이란 쉽게는 새로운 책들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조직이다. 새로운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 없이 받아들이는 조직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모든 구성원이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조직이다. 새로운 생각이란 업무에 대한 새로운 효율적인 방법뿐 아니라 하드웨어적 또는 소프트웨어적인 도구(tool)의 도입, 그리고 시스템을 혁신하는 영역과 관련주제를 발견하는 지적 노력을 말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안을 수용하는 제안활성화와 포상이 필수적이다. 배우기만 하고 자신의 조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생각을 해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학습을 하여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창의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은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도전하고 모험을 감행하는 실천조직이 되지 않으면 모든 노력도 별 소용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다이나믹하게 실행하는 실천조직이 되어야 진정으로 젊은 조직이 된다고 말할 수가 있다. 한국정밀공학회가 35주년을 맞이 하면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타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시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