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함께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을 말하다
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약칭함)는 “좋은 건축, 열린 도시”라는 비전 아래 ‘건축생산 시스템 혁신’, ‘열린 도시 구현’, ‘건축산업 정상화’, ‘도시경관 개선 및 건축자산 활성화’, ‘대국민 공감대 형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였다. 지난 2년 동안 박인석 위원장을 포함한 19명의 민간위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 과제들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 왔다. 6기 위원회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전영훈 위원(정책조정 분과위원장), 김영욱 위원(국토환경디자인 분과위원장), 강미선 위원(건축문화진흥 분과위원장), 그리고 이광환 위원과 함께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기대와 성과 그리고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6기 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여러 기관장과의 면담이나 공공건축협의체 활동 등이 취소되고 주로 온라인 중심으로 위원회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에 인터뷰에 참여한 네 명의 위원들은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활동하지 못한 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아쉬운 심정을 전하였다.


전영훈 위원
"정책조정 분과위원장으로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5기 위원회 때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개정을 통해 도입된 '건축기획' 업무와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제도가 안정화된 일이에요."
물론 이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도 있어요. 제도를 만들 당시 소규모 공공건축 사업에 대한 건축기획 업무는 대부분 의무화한 반면에 500억 이상의 대규모 공공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일종의 면제 조항을 두었어요. 대형 사업의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도 수행되므로 뭔가 내실 있는 기획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제외되었던 것이지요. 그 결과 정부 부처 또는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일부 대형 사업들의 경우 건축기획에 대한 면밀한 자문절차 없이 사업계획 사전검토를 거친 뒤 바로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 상정되고 있어요.
이에 6기 위원회의 정책조정 분과위원회에서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규모 공공건축 사업의 건축기획에 대한 자문을 수행해 왔어요. 지난 2년 동안 자문을 담당하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대형 사업에서 건축기획의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담당 공무원이 대형 사업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외부 용역을 통해 사업성이나 경제성 분석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만 건축기획 부문은 부실하게 검토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앞으로는 부처 단위로 흩어져 있는 대형 사업에 대한 건축기획 업무의 도입과 검증 과정이 제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공건축특별법」 입법 및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전면 개정을 위한 노력 등 공공건축 및 민간 건축에 대한 국가적 제도를 정비하는 데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공공건축특별법」의 입법을 위해 6기 위원회 위원들이 공청회에 참가해 관련 발언도 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국회의원들을 설득했어요. 해당 법이 6기 위원회 임기 내에 통과되기를 희망했지만 이를 이루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공공건축특별법」의 제정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대한 전면 개정과도 맞물려 있고, 또한 공공건축가 제도, 건축진흥원의 설립 등 아직까지 미비한 제도의 정비와도 연계되어 있어요. 따라서 시간이 요구될 뿐이며 언젠가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면 기획 단계부터 발주 단계까지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마련되어 공공건축의 종합적인 품질 향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6기 위원회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키워드는 건축산업의 진흥이었어요."
앞서 언급한 「공공건축특별법」이 공공건축에 관한 법령이라면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건축을 관할하는 법령으로서 「건축산업진흥법」(가칭)이 필요합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선 시점에서 국가 경쟁력과 산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온 「건설기술진흥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과는 별도로 건축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획과 설계에서부터 공사와 유지관리까지 관장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할 단계가 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여기에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에 6기 위원회의 임기 동안에 해당 법령이 완성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사회적 컨센서스를 한데 모으고 다른 제도와의 관계도 살펴보아야 하고 정부 부처 간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위원회에서 주최한 ‘공공건축 컨퍼런스’도 그러한 맥락에서 진행했습니다.
한편, 건축산업의 진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통계입니다. 이는 사회의 다른 분야를 설득할 수 있는 근간이 되며 건축산업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게 합니다. 건축산업은 기획과 설계 그리고 공사와 유지관리라는 생애 주기를 가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생애 주기의 앞단의 과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착공 통계 중심으로 건축산업 통계를 생산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인허가 통계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또 건축 인허가 단계가 너무나 무겁고 심의 제도도 과도한 측면이 있어요. 이와 같이 설계 단계에 집중되어 있는 무게중심을 점차 공사 단계로 옮겨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축산업진흥법」(가칭)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관련 통계가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해요. 국토교통부의 데이터 구축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건축공간연구원과의 공조 체제를 마련하는 등 통계를 쌓기 위한 기초 작업들을 6기 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다져 놓았다는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어린이놀이터와 같은 도시의 작은 공간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점 이에요."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놀이터, 작은 도서관, 경로당 등을 그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시설(Elementary Institution)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설들을 부대시설 또는 부대복리시설이라고 언급합니다. 어린이놀이터를 부대시설이라고 보는 것은 공간의 여유가 있을 때 마련한다는 의미이며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창의성 및 사회성을 키우는 데에 꼭 필요한 놀이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또 이러한 부대시설들이 공원과 같은 외부 공간에 있을 때는 토목시설로 분류되고 있어요. 어린이놀이터는 지붕과 벽은 없지만 국민 생활이 이루어지는 도시의 중요한 공간환경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돼요. 이러한 작은 기초시설에 신경을 써야 국민 삶의 질이 개선되고 국가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어요.
그래서 6기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기초시설들을 「건축기본법」에서 설정한 건축의 정의 중 공간환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것을 좀 더 환경적인 관점 그리고 질적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중요하게 다루었어요. 이러한 논의가 7기 위원회로 이어져 관련 법률의 정비 및 시설 설치에 대한 규정들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 밖에도 6기 위원회에서는 건축생산 시스템 혁신과 관련하여 민간전문가 제도의 성공모델 발굴 및 확산, 공공건축 기획 및 세움터를 통한 설계공모 제도 정보구축, 건축사 시험제도 개편 및 윤리의무 강화 등을 추진했어요. 또 「건축물관리법」의 안전에 관한 조항들을 강화하고, 기획재정부 및 국토교통부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공공건축 설계대가기준의 현실화와 같은 변화들을 이끌어 내기도 했어요. 한편, 교육부 및 지방교육청과 3기 신도시 학교건축 혁신을 위한 협의체를 구축하고 운영한 일, 공유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조달청의 공공건축 발주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김영욱 위원
"6기 위원회에서 수행했던 여러 가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은 공간을 통한 사회 통합 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은 사람들의 활동, 행태 및 사회적인 관계망의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공간이 잘 계획되고 설계되는 경우에는 사회적인 공동체 형성이 잘 이루어지는 반면에 그렇지 못할 경우의 공동체 형성은 굉장히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공간의 전체적인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6기 위원회에서는 건축 및 도시 공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여러 가지 정책 과제들과 자문을 수행해 왔습니다.
"국토환경디자인 분과위원장으로서 제일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은 도시건축통합계획이에요."
건물과 가로 공간이 어떻게 만나고 건물과 건물이 어떻게 관계하는지에 대해 도시계획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토지이용계획을 마무리한 뒤에는 그러한 것들을 반영하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에 도시건축통합계획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지난 2년 동안 숨 가쁘게 회의를 진행해 왔어요.
가장 큰 성과라면 도시건축통합계획의 내용이 담긴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이하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이 마련되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아직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성과인 동시에 아쉬운 점이 되었습니다. 또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의 내용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어요. 6기 위원회에서 도시건축통합계획의 시범사업 대상지인 과천, 안산신길, 수원당수의 3개 지구에 대해서는 면밀히 자문을 하고 직접 계획에 참여하기도 했던 반면에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신도시급 사업에 대해서는 기본 가이드라인만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어요. 그 결과 대체로 도시건축통합계획의 취지에 맞게 계획이 이루어졌던 시범사업 대상지들과는 달리 신도시급 사업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신도시급 사업에서는 여전히 큰 틀에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시각이 우세하고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업체가 건축업체를 파트너로서 논의하지 않고 조력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과거의 방식이 상당 부분 그대로 적용되었어요.
예를 들면 남양주왕숙2 신도시의 경우 당선작은 도시건축통합계획의 취지에 맞게 계획되었으나 실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때는 당선작의 취지가 많이 무색해졌어요. 블록의 규모가 커지고 층수가 높아지는 등 전체 블록이나 공간구조의 설정이 과거의 관행대로 변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아쉬워요. 다른 신도시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계획이 진행된 것 같아요. 하남교산 신도시의 경우에는 민현식 선생이 당선되었는데 지구단위계획 수립단계에서는 총괄계획가(MP)로서의 권한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지요. 공정 회의 등을 거치면서 당선작이 변질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큰 틀에서 살펴보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진통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3개 지구가 정말 좋은 도시로 평가받고 공동체의 커뮤니티 증진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시공간 조성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별건축구역과 특별가로구역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노력도 이루어졌어요."
기존에는 층수, 주차장, 일조에 관한 규제 완화 등 공동주택의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특별건축구역이 적용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원래 특별건축구역의 취지가 사회 통합 및 공동체 증진을 위한 도시공간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차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운영되지 못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노후 저층주거지에서도 특별건축구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건축법」의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사회 통합 차원에서 특별건축구역이 적용되기 쉽도록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예를 들면 소규모의 다양한 블록 사이즈를 만든다든지 높이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반영되지는 못했지요.
특별가로구역도 유사한 맥락에서 논의되었지만 제도 개선까지 이루어지지는 못했어요. 가로 활성화는 보행 환경과 닿아 있기 때문에 주차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가로에 면한 상점들에 대해서는 주차장의 조성 기준을 과감하게 완화하고 공용주차장을 만든다든지 하는 계획이 뒤따라야 합니다. 특별가로구역을 적용하는 곳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건폐율 완화, 주차장 문제 해결 등을 통한 개선점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차기 위원회에서도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새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아젠다 설정을 위해 이전 위원회의 주요 활동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하는 절차 그리고 범부처적인 이슈를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본 결과 절차를 완료하는 데는 최소한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일을 밀도 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제도 개선까지 이르지 못하고 시범사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나마 6기 위원회는 5기 위원회와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5기 위원회 때에 설정한 과제들에 대한 제도 개선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전 위원회들의 주요 활동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차기 위원회가 출범할 때에 이에 대해 보고하고 들여다보는 절차가 정례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권이 바뀔 때 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서 여러 가지 성과 분석을 한 뒤에 비평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수립하는 것처럼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시행하지 않으면 이전 위원회에서 비중 있게 추진했던 과제의 수행이 단절되어 잘 진행되었던 사업들을 발전시켜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위원회 기획단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주면 차기 위원회의 활동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거예요.
한편, 우리 위원회는 국가의 공간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유일한 대통령 소속 위원회예요. 따라서 비단 국토교통부에 국한되지 않고 범부처에 걸쳐 공간과 관련하여 어떠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개입할 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6기 위원회의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고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1기 위원회에서부터 6기 위원회까지 살펴보면 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정책 과제 내용의 진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따라서 위원들이 위원회의 위상을 공감한 다음에 아젠다를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데에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건축과 도시 공간은 국민 생활에 깊숙이 또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의 개발 시대에서는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에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들이 많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도시를 어떻게 수준 높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비대면 시대에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더 중요해졌어요. 그러한 맥락에서 공간을 더욱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들을 더 많이 충원할 필요가 있어요. 공간은 국민 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단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인 관점에서 공간을 다루는 전문 인력의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미선 위원
"6기 위원회에서는 국민들의 일상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공공건축 생산에 집중했어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상공간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공공건축, 특히 소규모 공공건축 생산 시스템에 집중했어요. 거대 담론보다는 어디에서도 정책적으로 다루지 않을 어린이놀이터와 같이 일상에서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주제들을 꾸준히 다루었습니다. 이와 함께 관련 정책 과제들을 추진하고 작은 결실이라도 맺으려고 노력한 점이 6기 위원회가 가장 노력했고 또 잘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노력의 결과 좋은 공공건축물들이 많이 생겼고 최근 그러한 공간의 중요성이 다양한 대중 매체들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이와 관련하여 위원회에서 주최한 ‘공공건축 컨퍼런스’의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 효과가 증폭되었다고 봅니다. 또 이전 기에서 체계를 마련한 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 제도의 확산 역시 좋은 공공건축을 생산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당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아직 잡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축의 저변, 특히 국민의 일상공간을 좋게 만드는 데에 공헌한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건축과 문화재 및 건축자산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6기 위원회에서 굉장히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는데 실제로 결실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러한 주제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재건축의 시대에 들어서 있어요.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교도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기 때문에 다시 지어야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지어야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현재 교육부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학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낮습니다. 특히, 본인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기간에 공사의 진행을 반대하는 학부모가 다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문화재 및 건축자산 측면에서는 위원회 위원들 중에서 관련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어요. 전반적으로 사회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고 공공건축의 수준도 조금씩 높아지면서 문화재 주변에 지어지고 있는 여러 부속건물들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이 문제도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위원회에서 그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고 다루어 나가며 이후에 문화재청 등에서 관련된 일들을 진행해 나가는 데에 있어 관심을 좀 더 가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설계공모 과정에서의 부조리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여전히 많은 공모전이 파행으로 진행되고 있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공모 과정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의식들이 번져나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학습 과정으로서의 건축기획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민간에서는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늘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던 반면에 공공건축의 경우 뚜렷한 목표나 비전 없이 지어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공건축에 있어 사용자들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건축기획’을 실시하게 되어 상황이 조금 나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건축기획을 거쳐 도출된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많아요. 대체로 건축가들이 기획을 하는 경우에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에 무게중심을 두고 설계안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기획설계가 아니고 건축기획인데 말이죠.
기획 단계에서는 현재의 상황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추후에 이곳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기획은 사용자(건축주)가 함께 참여하는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너무 적어요. 기획 결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최대로 지을 수 있는 용량이 얼마인지 또는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면적에 맞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거든요. 사실은 사용자(건축주)에게 앞으로 사회가 변화되는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다음에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관한 것들을 의논하고 함께 학습하면서 어떤 건축물이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생략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건축기획 과정이 법체제 안에 들어와서 사업계획 사전검토와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거치게 된 점은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광환 위원
"5기 위원회에 이어 건축 인허가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고착된 부분들을 바꾸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법 개정의 경우에는 국회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지요."
6기 위원회에서는 5기 위원회 때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건축 인허가 제도의 혁신에 대한 내용을 고도화하고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고자 했어요. 5기 위원회 때는 건축허가나 심의 제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기존에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부각시켰어요. 예를 들어 건축허가를 받고자 하는 건축주는 그에 따른 행정 비용을 수수료의 형태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러한 수수료가 턱없이 쌉니다. 반면에 건축허가 과정에서 엄청난 행정 비용이 수반되어 행정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또 건축심의 과정에서 본질이 왜곡되면서 수많은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어요. 설계자의 중요한 디자인 의도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건축심의에서는 법령으로 정한 기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이것과 저것 중에서 어떤 것이 좋냐라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심의 과정에 들어가면 설계자조차도 원래의 의도를 버리게 되고 이것이든 저것이든 결정해서 빨리 처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관련 공무원들에게도 주어진 조건에 비해 과도한 책임이 부여되고 있어요. 한편, 심의에서 통과 여부(Pass 또는 Fail)가 결정되다 보니 그것이 하나의 비리 구조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건축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건축계획에 대한 심의가 없다는 사실을 위원회 활동 중에 알게 되어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도시계획에 대한 심의는 우리보다 훨씬 까다롭고 기간도 길며 비용 부담도 큽니다. 선진국에서는 건축허가 과정에서 입지와 규모 등을 결정하는 도시계획은 매우 철저하게 심의합니다만 건축 기준과 설계에 대하여는 심의라는 절차가 없다는 사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심의 제도를 없애야 된다는 흐름보다는 그러한 제도를 유지하려는 관료와 그에 순응하는 전문가 집단의 집착이 의외로 강합니다.
"건축행정에서 관행처럼 굳어져온 건축허가 및 심의 제도를 없애는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청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축허가 제도는 건축계의 건강한 제도 발전에 저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따라서 전문가인 건축가 중심으로 관련 제도가 재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보건소장의 허가를 받은 뒤에 처방하지 않는 것처럼 소위 자격이나 면허를 부여할 때는 개별적 허가를 면해주는 것이라는 승효상 전 위원장님의 발언에서부터 관련 담론들이 5기 위원회 때부터 논의되었어요. 특히, 5기 위원회에서는 건축심의 제도를 집중적으로 고쳐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건축사 조직에서도 건축허가나 심의 제도를 없애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건축사들은 대부분 본인이 경험한 공평하지 못한 처우나 어려움으로 인해 관련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막상 그러한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에는 건축사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아 반대를 더 많이 하는 것이지요. 또 법령을 고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구현하려고 해야 하는데 여전히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꺼리고 있으며, 법령에 약간의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계획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혔어요. 결국 5기 위원회에서 심의 제도를 완벽하게 없애지 못했어요. 이와 같이 이전 위원회에서 한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6기 위원회에서는 기존에 논의된 내용을 보강하여 좀 더 철저하게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6기 위원회에서도 그에 대한 결과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행정에서 관행처럼 시행되어 왔던 건축허가 및 심의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중요한 화두로 끄집어 내어 각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건축계의 담론으로 확장해 나가며 정말 실현이 가능한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 보게 하는 시도인 것이지요. 「건축기본법」 제5조에는 “건축 관련 전문가는 전문 지식을 함양하고 이에 근거하여 독립되고 공정한 입장에서 국민의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이에 따르면 전문가가 권력이나 제도 뒤에 숨지 않고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당당하게 일할 수 있고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 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건축허가를 받았다’라고 하면 상당 부분 면피 또는 면제를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돼요. 개선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지적하더라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태도가 우리나라 건축 발전의 지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가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서 기존 질서와 관행에 대하여 충격을 가하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