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5월호
2021년 11월 15일 발행
특집기사

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를 마치며
- 박인석 위원장 인터뷰 -

2020년 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약칭함) 종료 직후에 출범한 6기 위원회가 5월 18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번 호는 6기 위원회의 마지막 뉴스레터로서 박인석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특집기사에 담았다. 박인석 위원장으로부터 지난 2년 동안 6기 위원회에서 중요하게 추진해 온 정책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와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 중인 박인석 위원장 <인터뷰 중인 박인석 위원장>

5기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신 후 곧이어 6기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셨는데, 5기 위원회에 이은 6기 위원회의 주요 정책 방향과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5기 위원회에서 정책조정 분과위원장으로 2년 동안 활동했고 5기 위원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바로 6기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위촉되었어요. 5기와 6기는 사실 연속된 위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5기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일곱 명이나 연임하면서 계속 호흡을 유지했고, 5기 위원회에서 추진했던 정책 과제들이 대부분 6기 위원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물론 그중 일부 과제는 6기 위원회에서 비중을 강화하여 추진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진행되었습니다만 임기 초기부터 가장 역점을 두었던 정책 방향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산업으로서의 건축 정책'과 '좋은 건축 생산시스템 구축 및 지방정부 건축 역량 강화', 그리고 열린 도시를 위한 '도시와 건축의 통합적 계획'입니다.

- 산업으로서의 건축 정책

첫 번째로 중점을 두었던 일은 산업으로서의 건축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정책 과제들을 추진하려고 했던 거예요. 지금까지는 건축이 비중이 매우 큰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하면서 건축 정책을 마치 문화 정책의 일환인 것처럼 추진해온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건축은 건설업의 70%를 차지하는 굉장히 비중이 높은 산업이에요. 6기 위원회에서는 그 점을 강조하면서 산업으로서의 건축 정책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어요. 건축이 단순히 문화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건축 분야에 대한 행정적 그리고 법‧제도적인 투입을 강화하고 정치권이나 제도권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건축 정책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서둘렀던 일이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 건축의 시장 상황이나 산업 현황을 알려주는 통계 시스템을 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이었어요. 이제껏 관련 통계가 불비하다는 것은 건축의 산업‧경제적인 측면을 경시해 왔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건축공간연구원을 통해 관련 연구를 추진하였고 비록 건축산업 중에서 건축서비스산업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국가 승인통계를 얻어 냈지요. 건축공간연구원이 국가 승인통계를 작성하고 공표하는 기관이 된 것도 그러한 일들을 추진하면서 생긴 효과라고 생각해요.
또 건축 착공통계도 세련되게 정비해서 실질적인 건축시장의 상황을 알려주는 통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기존에는 건축 착공통계가 거시경제 차원에서 단순히 건축 착공량이 줄어들면 불경기이고 늘어나면 호경기라는 정도만을 알려 주는 역할밖에는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건축 착공통계가 건축산업의 세부시장들의 상황을 공공 및 민간별, 건축물 종류별, 지역별로 분석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게끔 하는 일을 비중 있게 다루었어요. 그렇게 해야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다운 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테니깐요.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했던 일이 「공공건축특별법」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공공건축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시공까지의 건축의 생산 과정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안착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건축 일반에까지 파급력이 미치도록 하려는 것이었어요. 아직까지 공공건축 관련 실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공공건축특별법」이 제정되는 순간 건축기획이나 건축설계에 관한 사항 등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상당 부분이 「공공건축특별법」으로 이전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내용 중에서 솎아낼 것은 솎아 내고 다른 내용으로 보완하여 「건축산업진흥법」으로 개정하도록 할 계획이었어요.
이미 5기 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와 협력하여 법률안을 만들어 입법 절차에 들어갔던 상태였고, 6기에서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고 후속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공건축특별법」 입법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당초 계획했던 일정대로 해당 법률이 제정되었다면 위원회에서 계획했던 일련의 일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건축산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위원회의 과제들이 그 상태로 브레이크가 걸려 머물러 있는 상태라서 상당히 안타까워요.


- 좋은 건축 생산시스템 구축과 지방정부 건축 역량 강화

두 번째로 매진했던 일은 5기 위원회부터 계속 진행해 왔던 좋은 건축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에요.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민간전문가(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 제도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건축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었어요. 대부분의 건축사업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공공건축 기획 역량이나 실행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지요.
민간전문가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5기 위원회 임기 말에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워크숍 등의 형태로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장도 마련했어요. 국토교통부에서 총괄‧공공건축가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민간전문가 제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제주도, 청주시 등 여러 지방정부에서 좋은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열심히 활동하는 민간전문가들로 인한 좋은 효과들이 나오면서 다른 지역에도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민간전문가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을 개정했어요. 이 역시 5기 위원회에서 입법 추진한 것으로,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 발주청이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두고 자신들의 공공건축 행위에 대한 기획 내용을 심의하는 절차를 법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한 것이지요.
현재 공공건축지원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공건축 사업계획서에 대한 사전검토(설계비 추정가격이 1억 원 이상인 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함)와는 별개로 공공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 제도는 설계비 추정가격이 5,000만 원 이상인 공공건축 사업이 그 대상이므로 민간위원들이 훨씬 더 많은 범위의 공공건축에 대해 검토하는 장치입니다. 6기 위원회에서는 법적 의무사항인 이 제도가 모든 공공기관에서 공공건축사업의 기본 절차로 정착되도록 하고, 여기에 민간전문가 제도가 순기능적으로 결합하여 상승 효과를 내도록 하려 했습니다.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심의 제도가 현재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서 안착되어가고 있어요. 이전에는 공공건축심의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또 다른 역점 과제로, 설계공모 제도 개선 노력을 꼽을 수 있겠지요. 현재 설계비 추정 가격 1억 원 이상인 공공건축물은 설계공모로 설계자를 선정토록 법령이 갖추어져 있지만, 허술한 기획안으로 형식적인 공모에 머무르는 등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래전부터 건축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심사를 둘러싼 불공정과 비리 시비 또한 여전한 상황입니다.
좋은 설계자가 선정되면 좋은 건축물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설계공모 제도의 개선 목표는 좋은 설계자가 선정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 역시 5기 위원회부터 주력해온 과제였는데, 6기 위원회에서도 심사위원 사전공개 제도, 심사위원 구성의 기준, 설계공모 기간, 설계공모의 종류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세세하게 다듬고 여러 차례에 걸쳐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개정했어요. 이제 법이나 제도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설계공모가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실정이에요. 여전히 심사 과정에서 비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이 문제는 결국 건축계의 전체적인 윤리의식의 수준이 높아져야 해결될 수 있어요. 법과 제도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문제에요. 따라서 건축계의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위원회에서도 몇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건축행정 시스템 '세움터'에 공공건축 설계공모 포털을 만들어 누구든지 모든 설계공모의 심사위원과 심사 결과 그리고 심사평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심사평이 만천하에 공개되므로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대한 진지함과 질적 수준에 대한 평판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한 건축계의 자정 노력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 도시와 건축의 통합적 계획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추진했던 일을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열린 도시'라는 6기 위원회 캐치프레이즈의 실천과제인 도시건축통합계획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도시와 분리된 건축 생산'이라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도시계획과 건축설계가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 궁극적인 원인은 법‧제도적으로 규정된 계획-설계 절차 탓이 적지않다고 할 수 있어요. 도시계획을 모두 끝낸 뒤에 비로소 개별 필지에서의 건축 행위가 시작되는 방식의 현행 법‧제도적 절차는 도시계획과 개별 필지의 건축설계를 분리하게 되는 관행을 고착시키고 있어요. 과거에는 소위 토지이용계획을 모두 마치고 지구단위계획까지 완료한 다음에 비로소 필지별로 건축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반면에 도시건축통합계획에서는 도시계획 행위를 시작할 때부터 건축적인 공간환경에 대한 의사결정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진행합니다. 이러한 방식이 유럽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도시계획 따로 건축설계 따로 진행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공간을 양산하게 됩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6기 위원회에서는 도시건축통합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과천, 안산신길, 수원당수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직접 개입해 나갔어요. 임기 내에 착공되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어가는 상태예요. 아직까지 초기 계획이 상당 부분 유지된 채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계획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또 비단 시범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범사업의 내용을 바탕으로 도시건축통합계획을 「공공주택 특별법」 하위 지침인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의 업무 절차를 개정하여 법제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개정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법령의 개정 절차가 완료되면 「공공주택 특별법」에 의해 개발되는 우리나라의 모든 주택 공급 사업들은 도시건축통합계획의 절차에 따라 계획-설계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개발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시개발계획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6기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보람되거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6기 위원회가 주력했던 일들 중에 일부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막혀 있어 아쉬움 속에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중요하게 추진해 온 일들이 추후에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 큽니다. 사실, 비단 6기 위원회 활동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가 참여해 왔던 유사한 경험들을 되돌아보면 임기 안에 시작해서 완벽히 마무리되는 일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세상일이 그런 일들의 연속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6기 위원회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공공건축특별법」 입법이 마무리 안되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에요. 다음으로 아쉬운 점을 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임기 내내 위원들이나 기획단 직원들과 오프라인으로 자주 만나고 어울리지 못했던 점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던 2년 전 5월에 마스크를 쓰고 6기 위원회의 첫 미팅을 시작했어요. 두 차례인가 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한 이후 지금까지 온라인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왔어요. 예전처럼 오프라인으로 위원회가 운영되었다면 우수 건축물 답사도 함께 가고 단합 대회도 가지면서 훨씬 더 즐겁고 활발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워요.

7기 위원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7기 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6기 위원회와의 연속성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위원회의 과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공통인식 속에 추진된 것이므로 6기 위원회에서 주력했던 일들을 잘 살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6기 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일들을 백서의 형태로 정리하여 발간할 예정인데 거기에 주요 활동 내용을 충분히 담으려고 해요. 7기 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 새로운 과제들이 추진되겠지만 6기 위원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일들의 의미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은 바뀌어도 위원회 기획단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중요한 정책 과제의 목표나 방향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는 역할을 일정 부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위원회 활동 이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미루어 두었던 개인적인 연구와 학교(명지대학교) 일에 쏟는 시간이 늘어나겠지요. 강의도 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주변 일에 열중하겠지만 6기 위원회 활동을 하며 아쉬웠던 일들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정리_국가건축정책위원회 기획단 한수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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