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2월호
2021년 03월 15일 발행
현장 기사

공원 속 편안한 아이들의 공간 - 마루뜰어린이집

최재원 플로건축사사무소 대표

마루뜰어린이집 전경 <마루뜰어린이집 전경>

※ 본 원고는 2021년 9월에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발간한 『건축과 도시공간』 제43호 장소 탐방에 필자가 작성한 '공원을 품은 어린이집 – 마루뜰어린이집'에서 발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개요

- 위치: 세종특별시 반곡동 77-91 일원(행복도시 근린공원 43 모개뜰 근린공원 내 사업부지)
- 용도: 노유자시설
- 대지면적: 24,825m2
- 건축면적: 964.06m2
- 연면적: 903.60m2
- 규모: 지상 1층
- 높이: 5.25m
- 건폐율: 3.88%
- 용적률: 3.64%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구조설계: 윤구조
- 설계: 최재원, 오진국, 조경민, 성민창, 최명서
- 시공: 서림엔지니어링(주)
- 기계‧전기설계: 성지
- 설계 기간: 2019. 10.∼2020. 06.
- 시공 기간: 2020. 07.∼2021. 02.
- 공사비: 29억 원
- 건축주: 국토연구원
- 수상: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특별상)

공공기관 간의 협의를 통한 공원 내 대지 선정

세종시로 이전한 15개 공공기관은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보육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어린이집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에 국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은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별도로 건립하여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타 공공기관 그리고 지역 주민의 자녀에게도 안정적인 보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미 조성된 연구원 안에는 공간의 여지가 없어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LH, 세종시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하여 도시공원 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토연구원과 국책연구단지 인근의 모개뜰 근린공원의 일부를 어린이집 건립부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직장 내에 위치하는 일반적인 직장어린이집과는 달리 마루뜰어린이집은 공원 안에 위치하여 아이들이 자연과 일상을 함께 할 수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조성된 공원의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전용하는 만큼 어린이집과 공원과의 관계가 프로젝트의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공원과 어린이집의 입체적 관계맺기

어린이집과 공원이 담과 같은 구조물로 인해 평면적으로 분리되어 경계가 생기고 서로 등을 맞댄 공간이 되지 않길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유아가 주요 사용자인 어린이집의 경우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주변과 분리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공원과 어린이집은 적정한 거리가 요구되었다. 이에 벽으로 이루어진 경계가 아닌 대지의 높이차를 활용한 입체적인 경계를 제안하였다. 즉, 3m 정도 높이 차이가 나는 대지에서 낮은 영역을 어린이집의 1층 레벨로 하고 중정이 있는 어린이집 위를 공원의 산책길이 지나가도록 구상하였다. 조성되어 있던 공원의 길은 다시 어린이집의 상부로 입체적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공원의 산책자는 기존의 길보다 조금 더 다양한 레벨과 조망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산책길 주변에 조성된 녹지는 공원 녹음의 일부이면서 어린이집과는 적절한 거리를 만들어 낸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깊이 있는 경계는 어린이들이 울타리에 갇혀 있기보다는 안전하게 자연과 공원을 즐기며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입체적 관계로 인해 마루뜰어린이집은 도시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공원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다른 형상으로 다가온다.

마루뜰어린이집과 모개뜰 근린공원 전경 <마루뜰어린이집과 모개뜰 근린공원 전경>

도시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연속된 대지의 판으로 전체적인 어린이집의 인상을 만들었다. 건물을 강조하기보다는 공원 지형의 일부가 변형된 모습이 어린이집으로 보이길 원하였다. 지형을 들어 올린 공원의 모퉁이는 어린이집의 입구가 된다. 반대편 공원 안에서는 어린이집을 바라볼 때 하나의 매스로 이루어진 건물로 보이지 않고 자연 속에 흩어져 있는 집들의 집합으로 인식되기를 기대하였다. 4채의 보육실은 공원 안에 자유롭게 놓이고 구불구불하게 지나가는 인접한 공원 산책길에 대응한다. 집 사이의 식재들은 공원을 연결하고 한편으로는 어린이집과의 적절한 경계를 만들어 낸다.

마루뜰어린이집 입구 <마루뜰어린이집 입구>
공원에서 바라본 어린이집 <공원에서 바라본 어린이집>
남측에서 바라본 어린이집 전경 <남측에서 바라본 어린이집 전경>

어린이집의 상부에 복원된 산책길은 완만한 경사로를 가진 공원으로 이어진다. 산책길에는 벤치와 레벨을 고려한 전망 데크를 설치하고 계절별로 식재를 계획하여 공원의 녹음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산책길과 중정 사이에 위치하는 차폐 식재는 어린이집과 산책길을 자연스럽게 분리함과 동시에 공원의 녹음을 건물로 끌어들인다. 보육실의 상부는 4개의 포켓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중정의 놀이터와는 구분되는 작은 공연장, 놀이 공간, 정원, 텃밭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보육실 실내에 고측창 설치를 위한 상부로 돌출된 단면이 옥상에서는 깊이감 있는 공간으로서 보육실 크기의 야외학습이 가능한 포켓 공간을 형성한다. 이 공간들은 아이들의 야외 활동에 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고 필요한 경우에는 오픈하여 외부에도 개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어린이집 상부로 연결된 산책길 <어린이집 상부로 연결된 산책길>

주택과 같은 편안한 공간

어린이집 부지는 북서쪽으로 도시를, 남동쪽으로 공원을 면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육실을 남동쪽에 우선 배치하고 식자재 반입 등의 서비스가 필요한 식당은 북서쪽에 배치하였다. 보육실은 충분한 남측 채광이 가능하고 공원을 조망한다. 원장실과 교사실은 입구에 위치하여 원아들을 맞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식당은 북서측 도로에서 접근이 쉽도록 별도의 서비스 입구를 두어 계획하였다. 입구의 전면 주차장은 등하원 시간에 특히 혼잡한 어린이집의 특징을 고려하여 주차 대수를 많이 계획하기보다는 회차가 쉽도록 순환 동선으로 계획하였다. 아이들의 승하차가 계획 대지 안에서 가능하도록 설계하여 삼거리 근처 도로의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또 아이들이 어린이집 어디에서든지 자연을 느끼면서 주택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육실을 공원의 녹지 안에 배치하기 위해 각 보육실의 적합한 규모를 상정해야 했다. 아이들의 연령대마다 보육실을 구분하는 경우 6개의 실이 되어 보육실을 남동쪽으로 배치할 때 각 실 사이에 여유 공간을 두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아들의 보육실을 2개씩 묶어 총 4개의 보육실로 구성함으로써 여유 있는 사이 공간을 확보하였다. 입구와 가까운 공간에 가장 어린 영아들의 공간을 두고, 유희실에서 가까운 공간에는 활동성이 좋은 유아들의 보육실을 배치하였다. 아이들이 각각의 보육실을 자신의 집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흔히 사용되는 두 가지 색의 벽돌을 교차 사용하여 마감하고 집들이 직각의 그리드를 벗어나 자연 안에 편안하게 놓이도록 하였다. 같은 크기의 매스로 비슷한 듯 다른 특색을 지닌 집들을 아이들이 편안해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느끼기를 바랐다.

마루뜰어린이집 액소노다이어그램 <마루뜰어린이집 액소노다이어그램>
1층 평면도 <1층 평면도>
단면도 <단면도>

보육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된 생활공간이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보호되는 공간이면서 공원으로의 열린 조망과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보육실에는 크게 두 종류의 창을 설치하였다. 먼저, 아이들이 눈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계획하였다. 높이 1.5m 이내의 바닥까지 내려온 창을 통해 아이들이 공원으로 연속된 시선을 주고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하였다. 다음으로는 고측창을 내어 보육실 전반에 자연광을 비출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고측창은 단면을 활용해 깊이감을 주어 창이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낮 동안 보육실에 전반적으로 따뜻한 빛을 제공한다.
어린이집의 중심에는 중정이 위치한다. 중정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두었다. 별도의 놀이기구를 많이 두기보다는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한 미끄럼틀과 암벽 등반, 나무 그늘이 있는 쉼터 및 모래놀이 공간을 배치하였다. 중정은 깊은 공간이지만 보육실과 보육실 사이사이 공원으로 시선이 열리고 중정부터 내부 복도, 사이 공간으로 연속된 바닥 패턴은 이를 강조하도록 하였다. 내부 놀이 공간과 중정 사이에는 폴딩 도어를 설치하여 활동에 따라 내·외부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내부 공간은 중정을 따라 순환 동선을 계획하였다. 순환 동선은 일정한 폭의 복도가 아니라 넓어지다가 좁아지기도 하고 사이사이에 위치한 포켓 공간도 있는 마을길과 같은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중정은 아이들이 보육실을 나왔을 때 자유롭게 활동하고 편안하게 느끼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반외부 공간으로서, 바깥쪽으로는 공원의 녹음이 연결되며 안쪽으로는 중정의 놀이 공간이 연결된다.

공원 산책길과 어린이집 보육실 <공원 산책길과 어린이집 보육실>
중정과 공원으로 열린 유희실 <중정과 공원으로 열린 유희실>
어린이집의 중심인 중정 놀이 공간 <어린이집의 중심인 중정 놀이 공간>

지속적인 협의와 디자인 감리

설계를 진행하면서 국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등 향후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하게 될 관련 기관의 구성원이 함께 설계 TF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비 원아들의 부모인 TF 구성원들은 대부분 건축 및 도시 분야의 전문가로서 당선된 계획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주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큰 방향은 유지하면서 실들의 위치나 크기 등을 조정해 나갔다. 설계 납품 후 공사를 진행할 때도 설계 의도의 구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감리를 수행하였고 감독관, 감리자 및 시공자와의 협의로 현장 여건에 맞추어 디테일한 부분들을 조정해 나갔다.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은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하여 시공 기간 동안 설계자의 참여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어린이집을 품은 공원 그리고 공원을 품은 어린이집

건축가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건축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물음을 가져왔다. 마루뜰어린이집은 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인공적인 것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적인 것인지, 공원은 마냥 자연적인 것인지, 우리 주변의 자연은 대부분 인공적인 것은 아닌지, 건축은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연과 건축, 공원과 도시와의 경계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건축은 자연의 일부가 되고 프로그램을 담은 공원은 도시와 만난다. 어린이집의 사용자는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고 공원의 이용자는 입체적인 산책길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하여 공모 심사 때 실제로 잘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건축가가 제안한 이러한 입체적 관계를 운영 및 관리상의 문제로 인하여 어린이집의 필지를 경계로 명확히 구분해 버린다면 옥상의 산책길은 쓸모없는 공간이 되고 공원은 줄어들고 말 것이다. 현재 옥상의 포켓 공간들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지는 않으나 산책길은 공원 이용자에게 개방하고 있다. 운영자의 배려로 어린이집 상부의 공원 영역은 자연스럽게 공원 산책자들이 활용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이러한 관계가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는 긍정적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이집의 주인공은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칫 설계자의 과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하여 아이들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보육실과 중정의 놀이 공간은 공원의 산책길과 시각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녹지는 공원과 어린이집 사이에 거리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인 한편 공원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아이들이 자라듯 새로 식재된 나무들도 시간을 두고 성장해 더욱 풍성해지고 공원과 연속된 경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원과 어린이집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공원 이용자도 산책길을 편안하게 활용하고 아이들도 자연의 풍요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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